AI로 준비한 나홀로 셀프소송 승소 후기
사업을 어렵게 정리한 지 두어 달쯤 지난 늦가을의 오후였습니다.
멍하니 소파에 기대 TV 채널만 의미 없이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우체부가 두툼한 흰색 서류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순간 불안한 마음에 봉투 왼쪽 위 발신자부터 확인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법인사업체를 인수한 후임자가 거래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공급업체는 후임자와 저를 함께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 상황이 너무 어려워 미지급금 승계를 조건으로 사실상
헐값에 회사를 정리했었습니다.
곧바로 후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거래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책임했습니다.
“회사 사정이 생각보다 더 안 좋습니다."
전화를 끊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급하게 들이켰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시간이 지나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나는 잘못이 없는데 혹시라도 패소하면 어떡하지.’
사업 정리 과정에서 힘들어했던 아내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리고 무료 AI에게 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AI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소장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입력했습니다. 사건 흐름, 계약 관계, 대화 내용,
증거자료까지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혼자 전자소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휴대전화 속 메시지, 통화 기록, 녹음 파일, 계약서까지 하나씩 뒤지며 증거를 모았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증거’였습니다.
며칠 동안 자료를 정리하던 중, 원고 측이 제출한 서류를 다시 읽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습니다.
“찾았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 안에 오히려 저에게 유리한 결정적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준비서면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AI와 함께 증거의 중요도를 나누고,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며 수십 번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준비한 준비서면과 증거서류를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제출했습니다.
약 두 달 뒤, 저는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거대하고 차가운 대리석 건물 안은 이상하리만큼 긴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법정 앞 전광판 아래 제 이름이 떠 있는 것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판사님은 저와 원고 측 변호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제가 제출한 핵심 증거에 대한
질문에는 상대 측 변호사가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조용히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한 달 뒤 판결일.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떨리는 손으로 ‘판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화면 속 문장을 보는 순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책임은 후임자에게 전부 있다.”
완벽한 승소였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아내와 집 앞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아내는 웃으며 물었습니다.
“갑자기 웬 술이야?”
저는 그냥 짧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맥주는 단순한 술 한잔이 아니었다는 것을.
무너졌던 시간을 겨우 버텨낸 사람이 마시는 안도의 한잔이었다는 것을.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소송을 혼자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잡하고 큰 사건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과 증거가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개인도
자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예전 같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을
AI의 도움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AI가 모든 답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료를 찾고, 증거를 정리하고, 끝까지 판단하는 것은 제 몫이었습니다.
다만 AI는 막막했던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비춰주는 작은 손전등 같은 존재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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